미로 2: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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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9791190853644

출판사

마티

저자명

고재협

출시일

2025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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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상세 정보
ISBN 9791190853644(1190853647)
쪽수 248
크기 142*225mm
책소개
연 3회 발간되는 건축잡지 『미로』는 한국 현대 건축의 담론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매호 선정한 주제에 집중하는 글로만 구성되는 텍스트 중심의 잡지로 2호의 주제는 “일본”이다.
저자소개
연세대학교를 건축학전공으로 졸업하고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건축학 석 사학위를 받았다. 도쿄와 런던, 서울에서 실무를 하였으며, 현재 건축과 도시에 관한 다양한 연구 및 전시, 출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다.
목차
『미로 2: 일본』을 엮으며 조현정 · 도쿄대 출신의 두 건축가, 김수근 vs 박춘명 이연경 · 울산 도시계획과 마쓰이 다쓰오 박해천 · 한국 산업디자인, 일본을 경유해 동시대와 조우하다: 1980년대 중후반 두 개의 장면 브루노 타우트/ 박정현(번역) · 일본 건축의 근본들 전태규 · 뉴 브루탈리즘과 일본 건축의 이미지 김기원 · 발견된 전통 이강민 · 건축과 일본이라는 번역자 김현섭 · 고유섭, 박동진, 홍윤식, 그리고 박길룡: 일제강점기 서양 근대 건축의 번역과 수용 고재협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박창현 · 매우 개인적인 업역의 변화: 일본이라는 거울 이해든, 최재필 · 두 개의 세계를 겹쳐놓고 보면 임태병 · 현재 일본 건축의 흐름 이양재 · 산업으로서의 일본 건축 민성휘 · 불확실한 시대에서 건축을 묻다: 마츠무라 준의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 서평 임태희 · 일본 건축가들의 글쓰기
출판사 서평
일본을 다시 묻는 이유 일 년에 세 번 발행하는 작은 잡지에서 어느 한 국가의 건축을, 시기나 인물, 최신 흐름 등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특집 주제로 삼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든 독자가 한국 건축계에 몸 담고 있다면 “일본” 건축은 미국 건축이나 베트남 건축, 멕시코 건축, 프랑스 건축보다 훨씬 잡지의 주제로 적합하다고 느낄 것이다. 지금 한국 건축계가 묻기에 일본은 다른 국가보다 초점이 훨씬 더 분명하게 잡히는 대상이다. 일본은 한국 현대 건축의 가장 큰, 동시에 가장 감추어진, 또는 감추고 싶었던 타자였다. 『미로』 2호는 이 타자를 소환한다. 극히 일부를 무척 산만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일본이라는 필터 ‘건축’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의 번역어이니 건축의 시작을 이야기하기 위해 일본을 대면해야 한다. 건축이란 단어와 더불어 현대나 근대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강민은 일본이 architecture의 번역어로 ‘건축’을 택하게 된 사정과 이 여파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건축의 가장 뿌리 깊은 갈등인 건축가와 건축사의 분리가 예정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글은 건축이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단어 architecture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묻는 글(보통 한국에 그런 건축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는)에 대한 훌륭한 해독제가 될 것이다. 김현섭은 일제 강점기 한국 건축가들의 근대 건축 이해가 일본의 번역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재확인한다. 고유섭, 박동진, 홍윤식, 박길룡 등 서양 근대 건축에 대한 글을 쓴 최초의 한국인 필자들은 일본이라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서구인의 눈에 비친 일본 건축 일본 건축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20세기 초에 서구 건축가들이 쓴 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서구 이외에 유일하게 제국주의 국가의 길을 걸었던 일본은 유럽 건축가들에게 매혹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일본의 전통에서 현대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되풀이해 이야기했다. 김기원은 브루노 타우트가 읽은 이세진구와 가쓰라리큐를 비판적으로 독해하고, 전태규는 전후 영국에서 촉발된 브루탈리즘에 가닿은 일본 건축의 파편을 추적한다. 그리고 이런 시각의 원점 중 하나인 브루노 타우트의 「일본 건축의 근본들」을 번역해 실었다. 독일공작연맹, 예술노동자평의회, 유리사슬 등 여러 단체와 활발하게 활동한 브루노 타우트는 1910-20년대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타우트가 1935년 일본에서 행한 연설을 바탕으로 한 이 글은 일본 건축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그가 당대 유럽인의 시선으로 일본의 전통 건축을 어떻게 읽어나가는지, 일본 건축에서 무엇을 길어올리려 했는지 목격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평행 우주 일본에서 배운 건축을 극복하고 한국적인 것을 찾아나가는 여정은 한국 현대 건축다들이 공유하는 서사다. 1967년 부여박물관의 왜색 시비를 겪고 한국적인 것에 천착해 70년대 공간 시대를 연다는 김수근의 신화도 여기에 속한다. 반면 1961년 김수근과 함께 남산 국회의사당 설계경기에 당선한 뒤 국내에서 꾸준히 활동한 박춘명은 건축 담론의 시야에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조현정은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행보를 걸어온 이 두 건축가를 비교한다. 대부분의 작업이 대기업의 고층 빌딩이나 대형 프로젝트였던 박춘명에게 일본은, 조현정의 단어를 빌리면, “정답지”였다.
건축에서만 일본이 정답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도시에 더 크게 남아 있던 일본의 흔적은 1960년대 전국에서 전개된 도시계획의 흐릿하지만 쉽게 지울 수 없는 밑그림이 되었다. 이연경은 초기 도시계획의 대표적 사례인 울산 도시계획 과정과 여기에 작용한 일본 도시계획가의 숨은 손을 이야기한다. 가전제품과 산업디자인에서도 일본은 기출문제의 모범 답안이었다. 모방과 창조,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동시대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획득하고자 한 노력을 금성사의 디자인종합연구소를 중심으로 그려보이는 박해천의 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음을 말해준다. 건축과 산업디자인 밟아온 궤적은 자동차, 영화, 대중음악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요즘 한국 건축가들이 바라보는 일본 고재협은 도쿄와 서울을 비교하면서 건축 실천의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도쿄가 랩으로 멸균, 밀봉된 곳이라면 서울은 반타블랙 페인트로 뒤덮여 있다. 당위를 위해 현실을 외면해온 서울에서 건축은 이미 죽었다고 진단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또는 그래야 한다고 상정했던 건축은 (예전에도 없었지만) 도무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업역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박창현은 도면을 그려 시공자에게 전달하는 일(르네상스 이래 건축가의 표준적인 정의에 가까운)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건축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비슷한 관점을 공유하는 건축가들에게 일본은 여전히 가까운 참조 대상이지만, 눈길이 닿는 곳은 건물의 형태나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먼저 축소되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삶의 양태다. 일상에 주목하고 여기에서 기존 건축과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태도는 이해든과 최재필의 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텍스트로서의 일본 건축 이번 특집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일본 건축의 힘이 텍스트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임태희가 지적한 대로 건축가들이 가장 활발하게 텍스트 중심의 책을 펴내는 곳이 일본이다. 수십년 간 축적된 언어는 그들의 실천을 읽어내는 길을 제공하고, 역으로 작업에 권위를 부여한다.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일본 당대 건축의 추이를 좇아온 임태병은 일본 건축가들의 계보를 종횡으로 소개하는데, 다른 한편으로 이 글은 풍성한 추천 도서 목록이기도 하다. 마츠무라 준의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는 2024년 번역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을 번역한 민성휘의 서평은 이 책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건축가들을 향한 제언으로 확장해나간다. 건축이 아우르는 무척 넓은 영역 중에서 『미로』는 문화로서의 건축, 이론과 역사 및 비평을 주로 다루는 잡지다. 그럼에도 일본 건축의 법과 제도, 산업적 측면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탁월한 일본 건축물의 성취는 수준 높은 보통 건축물들을 생산해내는 산업 시스템을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일단을 이양재의 글이 보완한다.